공부

국제정치이론 정리 - 5. 마르크스주의 Marxism

갓생원 2025. 2. 9. 23:04

 마르크스주의(Marxism) 는 국제정치와 경제를 분석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로, 자본주의가 형성한 구조적 불평등과 계급 갈등을 핵심 요소로 본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국가를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보는 것과 달리,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구조와 계급 관계가 국제정치의 동력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즉, 국제정치는 단순한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과 노동 계급 사이의 경제적 착취 관계가 확장된 형태라고 본다.

 

1.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개념

마르크스주의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부르주아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계급(프롤레타리아)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국제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착취하며, 경제적 종속 관계를 유지한다고 분석한다.

마르크스주의는 특히 경제적 요인이 정치적, 사회적 관계를 결정한다고 본다. 이는 "경제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역사관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국제정치에서도 경제적 착취와 불평등한 구조가 국가 간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즉, 단순히 국가 간 군사적 경쟁이나 외교적 협력이 국제정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 출처: 위키피디아

2. 마르크스주의의 탄생 배경

마르크스주의는 19세기 유럽의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 속에서 탄생했다. 이 시기는 자본주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확립되면서 생산력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동시에 노동자 계급(프롤레타리아)의 착취와 빈부 격차가 심화된 시기였다.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분석하면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

마르크스주의가 등장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산업혁명(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왔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본격적으로 확립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발전의 이면에는 심각한 노동 착취가 존재했다.

  • 공장 노동의 확산과 노동자의 빈곤화
    산업혁명 이전에는 소규모 농업과 수공업이 경제의 중심이었으나, 대규모 공장이 등장하면서 자본가 계급(부르주아)이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자 계급(프롤레타리아)은 오직 자신의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렸으며, 도시 빈민층이 급증했다.
  • 생산력 발전과 불평등 심화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자본가 계급에게 돌아갔다. 반면,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의 임금만을 받았으며,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계급 격차가 점점 확대되었고, 빈곤과 사회적 불만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기존 경제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고 보고, 이를 분석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이론적 틀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 정치적·철학적 배경

마르크스주의는 단순한 경제 이론이 아니라, 철학적·정치적 사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마르크스는 독일 관념론, 특히 헤겔(Hegel)의 변증법적 철학루드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의 유물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 헤겔의 변증법(Dialectics)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
    헤겔은 역사와 사회의 발전이 변증법적 과정(모순을 통해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하지만 헤겔은 이를 정신적·이념적 발전 과정으로 설명했으며, 마르크스는 이를 경제적·물질적 변화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Dialectical Materialism)을 주장하며, 인간 사회는 경제적 토대(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변화에 의해 발전한다고 보았다.

변증법(Dialectics)모순과 갈등이 사물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개념이다. 변증법적 과정에서는 하나의 개념이나 상태(정, Thesis)가 그 자체의 한계와 모순으로 인해 반대되는 개념(반, Antithesis)과 충돌하며, 이 두 개념이 종합(합, Synthesis)되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이를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 구조라고 한다. 이 과정은 역사와 사회 변화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사고의 발전을 설명하는 원리로 사용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변증법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했으며, 이후 마르크스가 이를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적용하여 변증법적 유물론(Dialectical Materialism)으로 발전시켰다.

  • 포이어바흐의 유물론(Materialism)과 역사적 유물론
    포이어바흐는 관념이 아닌 물질이 사회를 결정한다고 주장했으며, 마르크스는 이를 역사 분석에 적용하여 역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을 발전시켰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회의 발전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즉, 경제 구조)에 의해 결정되며, 자본주의 역시 특정한 역사적 단계로서 필연적으로 붕괴하고 사회주의로 이행하게 된다고 보았다.

3) 프랑스 혁명과 계급 투쟁의 경험

마르크스주의는 1789년 프랑스 혁명과 그 이후의 정치적 변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 혁명은 시민 계급(부르주아)이 봉건제와 왕정을 타파하고 정치적 권력을 획득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혁명 이후에도 사회적 불평등이 지속되었으며, 부르주아 계급이 새로운 지배층으로 등장했다.

마르크스는 이를 통해, 혁명이 단순히 정치적 변화에 그쳐서는 안 되며, 경제적 구조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히 정치적 권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을 사유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르크스는 계급투쟁(Class Struggle)이 역사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4) 마르크스주의의 등장과 『공산당 선언』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48년『공산당 선언(Manifesto of the Communist Party)』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마르크스주의가 단순한 이론적 분석을 넘어 혁명적 실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문서였다.

  • 주요 주장
    1.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 역사 속에서 모든 사회는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 간의 갈등을 겪어왔다.
    2.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 자본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노동자 계급이 결국 저항하고 혁명을 일으켜 사회주의로 이행할 것이다.
    3.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필요성 → 노동자 계급이 단결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공산당 선언』은 산업화된 유럽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이후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공산당선언, 출처 : http://inochong.org/column/192760

 

 

3. 마르크스주의 국제정치이론

마르크스주의의 국제정치이론은 자본주의 세계체제론, 제국주의 이론, 종속이론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1) 자본주의 세계체제론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이 제시한 세계체제론(World Systems Theory)은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 불평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이다. 세계는 경제적으로 중심부(Core), 반주변부(Semi-Periphery), 주변부(Periphery) 국가로 나뉘며, 중심부 국가들은 산업과 금융 자본을 독점하면서 주변부 국가를 착취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주변부 국가들은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으며, 중심부 국가들은 이를 가공하여 부를 축적한다. 반주변부 국가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중간적 역할을 하며, 때때로 발전을 이루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불평등한 경제 질서에 속해 있다.

2) 제국주의 이론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은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Imperialism, the Highest Stage of Capitalism)에서 자본주의 국가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제국주의적 침략을 한다고 분석했다. 레닌은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자본가 계급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식민지 확장을 강요하며, 이 과정에서 국제적 갈등이 심화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아시아 식민지 쟁탈전이나, 현대의 경제적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 현상은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과 연결된다. 경제적 필요에 의해 군사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강대국들은 정치·경제적 수단을 통해 약소국을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3) 종속이론

안드레 군더 프랑크(Andre Gunder Frank)와 같은 학자들은 종속이론(Dependency Theory)을 발전시켜,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 경제에 종속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종속이론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은 단순한 경제 발전의 부족이 아니라, 국제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들을 착취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 같은 국제금융기구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금을 지원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경제 개혁(시장 개방, 긴축정책)을 요구하며, 이는 해당 국가들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깊은 경제적 종속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마르크스주의가 주장하는 국제 자본주의의 불평등 구조를 잘 보여준다.

 

4. 마르크스주의로 본 21세기 국제정치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21세기의 국제정치를 보면,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강대국과 약소국 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다국적 기업과 신자유주의의 확산
    현대 국제정치에서 다국적 기업(MNCs)은 국가보다 더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 하에서 노동자들은 더욱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며,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주장한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
  •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
    미중 패권 경쟁도 단순한 국가 간 대립이 아니라, 자본주의 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단순한 군사적 패권 다툼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 기술을 장악하려는 경제적 경쟁의 결과이며,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설명하는 자본주의적 경쟁의 필연성과 연결된다.
  • 기후 위기와 환경 착취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을 지속적으로 착취한다고 본다. 21세기의 기후 위기는 다국적 기업과 자본주의 국가들이 환경 보호보다는 단기적 경제 성장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 적용될 수 있다.

 

5.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

마르크스주의는 국제정치에서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분석틀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한계를 가진다.

첫째, 국가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는 비판이 있다. 현실에서 국가들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전략, 이념적 대립 등 다양한 이유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이념적 경쟁이 중요한 요소였다.

둘째, 국제협력과 제도의 역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필연적으로 착취 구조를 형성한다고 보지만, 현실에서는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 지원과 협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셋째, 노동 계급 간의 연대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자 계급이 단결하여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국가별로 노동 환경과 계급 의식이 다르며, 이러한 연대가 현실에서 쉽게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추가로... 변증법에서 이야기하는 '모순'에 대해 좀 더 찾아본 결과...

1) 변증법적 모순은 사회 변화의 원동력

변증법적 모순은 단순한 차이나 대립이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갈등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 사회적 차이점 자체가 모순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모순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관계에서 발생한다.
  • 이러한 모순이 심화되면 기존 체제가 유지될 수 없으며,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는 과정이 시작된다.

2) 변증법적 모순의 예시

(1)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 계급 갈등

  • 자본주의의 목표(Thesis): 이윤 극대화
  • 노동자의 요구(Antithesis): 공정한 임금과 노동 조건
  • 두 요소의 충돌 → 노동운동, 사회주의 운동 등장
  • 새로운 체제(Synthesis): 사회복지 강화, 공정한 노동 정책 도입 (혹은 사회주의로의 전환)

이처럼 자본주의 내부의 경제 구조는 필연적으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모순을 만들어내며, 이 모순이 점차 심화되면서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된다.

(2) 식민지 지배와 독립운동: 억압과 저항의 모순

  • 식민지배 체제(Thesis): 제국주의 국가가 식민지를 지배하고 자원을 착취
  • 독립운동(Antithesis): 식민지 민족들이 자유를 요구하며 저항
  • 충돌과 변화 → 독립전쟁, 민족해방운동 발생
  • 새로운 체제(Synthesis): 독립 국가 수립

이처럼 제국주의 체제 내부에서는 피지배 국가들의 저항이라는 모순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결국 이는 식민 체제의 붕괴와 새로운 국가 형성으로 이어진다.

(3) 현대 사회에서의 기술 발전과 일자리 문제

  • 기술 혁신(Thesis):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생산성을 증가시킴
  • 일자리 감소(Antithesis): 자동화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음
  • 충돌과 변화 → 새로운 경제 모델 요구
  • 새로운 체제(Synthesis): 기본소득 도입, 새로운 직업 창출 등 사회 구조 변화

기술 발전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량 실업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변증법적 모순의 한 사례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변증법적 사고는 정치, 경제, 역사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 환경 문제, 개인의 성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